다낭, 호이안에서의 식당 (1. 다낭편)

10박 11일의 여행 일정에서 숙소 다음으로 중요한 이슈는 식사였다. 아침은 호텔조식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무려 10일간 점심, 저녁, 간식, 음료를 외부에서 해결해야한다. 게다가 우리에겐 2년도 살지 않아 먹는 것을 가리는 아기가 있다.

결국 아이의 음식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베트남의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집에서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집밥이 최고다.

호텔 조식

먼저 반다호텔의 조식은 이전 숙소 리뷰에서 간단히 말했지만 호텔 조식 중에선 가장 좋았다. 좋았다는 것은 맛이 좋았다는 것이다. 특색있는 것은 별로 없고 사진도 없어서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먹고나서 '오! 맛있다'고 생각했었다. (리뷰라면서 너무 대충 설명하는건가;;;)

두번째 숙소인 Ancient House Village에서는 그닥 좋은 느낌은 없다. 조식을 먹기에 앞서 전날 체크인 후에 점심을 먹었는데 이때 별로 맛있지 않아서 조식도 별로 기대가 되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일찍 밥을 먹는 편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식당이 문을 열었는데 손님맞이 준비가 너무 안되어 있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늦는다. 평소 6시에 일어나던 우리는 베트남 시간으로 4시에 일어났다 ;;; 그래서 늘 조식을 6시 땡 하자마자 먹으러 간다.) 쌀국수라던가 계란 요리는 담당직원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데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맛은 뭐 그럭저럭 이었던 것 같다.

세번째 숙소인 Victoria에서는 6일 동안 같은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나중엔 좀 질렸지만 그래도 처음엔 괜찮았다. 여긴 아무리 빠른 시간이더라도 모든 직원이 준비된 상태로 맞이해줬다. (사실 이게 당연한건데 ;;;) 여긴 오믈렛을 참 잘 만들어줬다. 그리고 쌀국수도 괜찮았다. 이따금 반미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베트남 호텔의 조식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메뉴가 거의 비슷하다. 베트남 음식은 쌀국수 뿐이고 대부분 서양인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베이컨, 소시지, 빵은 항상 전면에 배치되어 있었고 담당 직원이 계란 요리, 쌀국수 요리를 만들어주었다.

네번째 숙소인 브릴리언트 호텔은 6시부터 밥먹는 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이전 숙소에서는 우리가 거의 첫번째 손님이었는데 여긴 아니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이 꽤나 신선한 상태였다. 근데 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계란요리와 쌀국수를 미리 준비해두는데 이전까지 바로 만들어진 것 먹다가 미리 만든거 먹으니 맛이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쌀국수랑 좀 다른게 보여서 뭐냐고 했더니 분짜라고 했다. 오~ 분짜라니! 한그릇 먹어봤는데 이것도 분짜긴 하지만 기대한 분짜와는 거리가 멀었다.

10일간 아침을 호텔 조식 뷔페로 먹었는데 어느 순간 먹던 음식만 먹고 있음을 깨달았다. 오믈렛, 쌀국수, 베이컨, 소시지, 샐러드, 딤섬. 호텔마다 특색있는 음식이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먹는 것이 다 똑같다니 ;;;

KFC

눈을 의심하고 계신가? 정말 베트남에 여행가서 KFC에 간 것이 맞다. 첫날 애매한 시간에 밥을 먹으려니 원래 목표했던 버거 브로스가 쉬고 있어서 롯데마트 갔다가 1층에 있는 KFC에서 밥을 먹었다. 음식 값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싼 정도다.

KFC라고 하더라도 나라마다 특색이 있고 그 나라만의 메뉴가 있을 텐데 베트남에는 특이하게 쌀밥과 닭튀김을 같이 먹는 메뉴가 있었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베트남에서의 첫 식사는 무난하게 먹기로 했다. 걍 닭튀김과 감자튀김을 먹었다. 베트남 닭은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꽤나 맛이 있었다. 근데 많이 짜다.

첫 식사가 비록 KFC이긴 했지만 여기가 외국이구나 느꼈던 것이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주고 다 먹고 그릇을 치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옆에서 먹던 사람들이 먹고 나서 그대로 두고 나가버려서 '응?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우리나라에서 못된 거 배워와서 그런 거였다. 음식점에서 당연히 나는 먹기만 하면 되는거다.

버거 브로스

버거 브로스는 다낭 여행 블로그들에서 항상 다루는 곳이다. 그만큼 한국사람들이 엄청 많다. 분위기만 보고 해변에 위치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변 근처긴 하지만 좁은 골목길에 있다.

생각했던 것보나 깔끔한 내부와 집기들, 그리고 무엇보다 버거가 굉장히 맛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인생버거니 뭐니 하며 맛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맛있긴했다. 예전에 도니버거를 먹고서 느꼈던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도니버거라면 모르는 사람도 있을테니 쉑쉑버거의 맛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정도라고 하겠다.

관광객들용으로 대충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 돈으로 4-6천원정도의 금액인데 저정도 질과 맛이면 충분히 받을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쉑쉑이 7천원이던가? 음... 베트남치고는 많이 비싸긴 하다.

콩 카페

콩 카페도 마찬가지로 다낭 여행 블로그들에서 항상 다루는 곳이다. 한국인들이 많다. (아! 나도 한국인이지) 마침 다낭의 숙소가 콩 카페 근처라 첫 날 바로 갔는데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괜찮은 곳이었다.

내부는 거의 짙은 갈색의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분위기가 괜찮았다. 메뉴는 쥬스도 먹고 다른 것도 먹고 했는데 뭐니뭐니 해도 코코넛 스무디 커피가 최고였다. 베트남 특유의 진한 커피에 코코넛 스무디를 넣어서 뭔가 아포가토같은 느낌인데 코코넛 크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코코넛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그게 또 커피랑 너무너무 잘 어울렸다. 2살 조금 안된 아기도 그 코코넛 맛있다고 계속 먹었다. 쥬스는 입에 대지도 않더니... ;;;

브릴리언트 호텔 탑바

브릴리언트 호텔 2층은 조식과 일반적인 식당처럼 운영되고 있었고 꼭대기의 탑바는 이름대로 음료와 더불어 스테이크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베트남 음식을 먹으러 간거라 이런 스테이크 류의 음식은 계획에 없었지만 생일을 기념하여 탑바에서 분위기를 내보기로 했다.

사진에서 보이는대로 다낭을 가로지르는 강이 훤히 보여 해가 진 후에 가면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밑에서 보는 것과 방에서 보는 것도 괜찮았는데 위에서 보니 또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음식이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뷰가 주는 즐거움이 있어서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옆에 보니까 혼자 와서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더 늦은 시간에는 공연도 하니까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고 여기와서 공연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싶은 곳이다.

길거리 음식

베트남에선 거리를 지나다보면 비슷한 모양의 투명한 카트(?)에서 음식을 파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음식점 앞에 그런게 있는 곳은 대부분 쌀국수를 파는 곳이고 길 한복판에 있는 곳은 대부분 반미를 파는 곳이다. 정말 정말 그런 곳에서 뭔가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2살 안된 아기가 있는 상황에선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런 길거리 음식은 아니지만 간식같은 것을 사기 위해서 포장만 가능한 음식점에 간 적이 있다. 외국인이 전혀 오지 않는지 내가 가니 몹시 당황하는 것 같았다. 거긴 9종류의 음식이 있었는데 4개는 반미, 1개는 튀긴 닭, 나머지는 도너츠 같은 빵이었다. (사진이 없다. 사진이)

외국인이 오지 않는 곳이라고 느낀 것이 바로 가격이었다. 관광객이 가는 음식점은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분명히 베트남 음식 싸다고 했는데 한끼에 3천원이상이 필요했다. 근데 여기서는 눈을 의심하는 가격표를 봤다. 5000동! 이게 우리나라 돈으로 250원 정도다. 10만동도 안되는 돈으로 닭튀김 2개, 반미 2개, 빵 2개를 샀다.

여기 바로 옆에 분짜에 넣을 고기를 굽는 것 같아 먹어보고 싶었지만 여기도 외국인이 없는 곳 같아서 혼자서 들어가기 겁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들어가볼 걸 괜히 겁먹었다. 다시 베트남에 간다면 이런 곳에 꼭 가보고 싶다.


정리하고보니 다낭에서 3일간 별로 먹은 것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개수가 적다. ;;; 뭐지? 아침을 호텔에서 먹어버리니 음식 먹을 기회가 많이 없었나 ;;; 여튼 이제 다낭편은 끝내고 호이안편은 다음 글로 넘겨야겠다. 글이 너무 길어졌고 지금 글을 쓰는 시간도 너무 늦어버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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