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이야기
잡담

칼 이야기

2017. 5. 4. 23:45

칼을 샀다. 드디어 고대하던 이케아 365+ 칼이다. 16cm를 살까 20cm를 살까 무지 고심하다가 이왕사는거 큰 칼을 쓰자는 마음에 20cm칼을 샀다. 뭔가 마음에 들면 선물도 하고 싶어져서 어버이날 기념으로 부모님께도 하나씩 드릴 겸 3개를 샀다. 새 칼을 산 김에 이제 안쓰게 될 칼을 버리려고 가지고 있는 칼을 모두 꺼내봤다.

첫번째 칼

결혼 전에는 칼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어머니가 쓰시던 칼을 썼을 뿐. 결혼과 함께 독립을 하면서 칼과 도마를 처음 샀다. 공덕 이마트에서 그냥 아무거나 샀던 것 같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분명히 제주에 이사가면서 칼을 새로 샀던 것 같은데 무슨 칼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저 연두색 도루코 칼이 첫번째 샀던 칼인지 두번째 샀던 칼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저 도루코 칼은 내게 첫번째 칼과 다름없는 칼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정이 가고 자주 쓰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장 비싸게 주고 산 칼이기도 하다. 마트에서 찾아보니 3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가격을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채소를 다듬기 좋게 묵직하고 손에도 착 감기는 것이 참 맘에 든다.

두번째 칼

망치 아주머니 덕분에 요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 때 필요한 요리 도구들을 잔뜩 샀는데 그 중에 이 두번째 칼이 있다. 칼이 있음에도 또 칼을 산 이유는 칼이 잘 안들어서(?)였다. 이때만 해도 칼을 주기적으로 갈아서 사용한다는 것을 몰랐다. 기억이 나지 않는 칼 하나도 아마 무뎌져서 버렸던 것 같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칼을 한번 버렸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 속에 있다)

어쨌든 이 두번째 칼. 몹시 날카롭고 좋은 칼이다. 다만 도루코 칼보다는 무게가 가벼워서 도루코 칼 쓰던 습관대로 칼질을 하면 채소가 끝까지 안 잘리고 밑부분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조금 눌러주며 칼질을 해야한다. 가격이 2만원 조금 넘어서 나름 돈 좀 썼다 생각해 아주 애지중지 했는데 나중에 도루코 칼의 가격을 알고 나선 막 쓰고 있다.

세번째 칼

이 칼은 칼의 세계에 눈 뜨게 해준 칼이다. 좋은 칼은 전혀 아니다. 회사 워크샵으로 캠핑장에 갔는데 칼이 필요해 마트에서 파는 가장 싼 칼을 샀었다. 싼내를 풀풀 풍긴다. 칼 자체도 몹시 가볍고 칼날도 엄청 금방 물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칼은 내게 칼의 종류를 알게해준 소중한 칼이다.

칼은 아주 다양한 형태와 크기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요리용 칼을 아주 크게 나눠보자면 중식도, 식도, 과도가 있다. 중식도는 이연복 셰프가 사용하는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칼이다. 과도는 보통 10cm이하의 칼을 과도라고 한다. 식도는 16, 20cm정도의 크기를 가진 칼인데 크게 두가지로 또 나뉜다. 바로 SantokuChef's knife다.

Santoku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일본 칼이다. 채소를 다듬기 쉽게 칼날 쪽이 손잡이와 거의 평행이다. 그래서 마치 작두로 자르듯 채소를 자를 수 있다. 칼질을 할때 팔을 덜 올려도 되서 편하다. Chef's knife는 칼등 쪽이 손잡이와 평행이고 칼날은 곡선이거나 손잡이와 사선이다. 그래서 아주 다용도다 채소를 자를때 다소 팔을 많이 움직이긴 하지만 칼 끝을 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나의 첫번째 칼, 두번째 칼 그리고 잊혀진 칼도 모두 Santoku다. 이 싸구려 칼만이 Chef's knife다. 그래서 이 칼에 뭔가 애정이 생겼고 자주 사용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낮은 품질 덕분에 새로운 Chef's knife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네번째 칼

세번째 칼이 가져다 준 열망의 결과가 이 네번째 칼이다. 손잡이와 칼날이 모두 스테인리스인데 한몸처럼 붙어있어 칼날이 빠질 염려도 없고 지금까지 가진 칼 중 가장 길고, 무엇보다도 너무 예쁘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파프리카와 파 다듬을 때 버벅거리긴 했는데 그래도 너무 맘에 든다.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니 이 칼은 몰리브덴/바나듐 강으로 만들어져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칼갈이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한다. 칼날이 더 단단하기 때문이란다. 세라믹 칼갈이도 사왔어야 했다. ㅠㅠ 걍 숫돌을 하나 살까보다(여긴 종류가 되게 많은데 설명서에는 왜 이런 말은 없지? ;;)


어쨌든 이제 원하던 도마, 칼은 모두 생겼다. 그리고 얼마 후면 스테인리스 프라이팬도 생길 거다. 다시 요리의 세계로 들어갈 날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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