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연간회원권

에버랜드 연간회원권은 1년 전에 해일이가 어린이집 새로운 반에 적응하지 못할때 시작했다. 당시에 기분전환을 시켜주기위해서 과감히 세가족 회원권 60여만원을 지출했다. 에버랜드는 언젠가부터 입장권, 빅5 이런 것이 사라지고 자유이용권만이 있었고 이 가격은 5만원정도 한다. 그러니까 6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세가족이 4번이상만 방문하면 이득이라는거다. (물론 4번이상 가고 싶을때 이야기다)

한쪽은 동물원, 한쪽은 공원, 한쪽은 놀이기구, 한쪽은 키즈카페.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없는 이 곳은 너무나 놀기 좋은 곳이지만 문제는 늘 식사다. 안에 있는 식당에 어린이 메뉴가 그닥 좋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어른메뉴는 좋으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도시락은 필수 아이템이고 덩달아 짐도 많아진다. 여기저기 펼쳐진 피크닉 공간에서 도시락을 먹으면 되긴 하지만 짐이 많은 건 여전하다. (사실 식당도 사람이 미어터져서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다)

에버랜드는 너무너무 좋지만 이런 이유로 아주 건강하고 까다롭지 않은 사람에게는 천국, 조금 피곤하고 까다로운 사람에게는 지옥이 된다.

문제는 한가지 더 있다. 은근히 멀다. 가기 위해서는 운전을 해야한다. 대중교통이 있긴하지만 그건... 운전을 못하는 학생일때나 견딜 수 있었지 애딸린 부모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렇다면 운전으로 가는 길은 편한가? 그렇지 않다. 나는 오랜기간 성남에 살아서 국도로 많이 갔었는데 경기 광주시를 거쳐 용인으로 가는 길은 정말 어디 공업지대로 출근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도착할 즈음해서는 뭔 시골마을을 지나는 느낌도 받는다.

고속도로는 어떤가? 다행히 지금은 길이 정리가 되긴했다. 하지만 경부를 벗어난 뒤부터는 이리저리 빠지는 길로 다녀야하고 산길을 가야한다.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경부 고속도로가 무지하게 막히는 것도 한몫한다. 결국 국도로 시골체험을 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렇게 가는 길이 피곤하니 점점 가기가 싫어졌다. 거길 가는 것에는 큰 결단이 필요했다. 도시락, 운전을 위한 집중력, 가서 만보를 걸을 수 있는 체력... 완벽한 준비없이는 갈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일이가 거길 너무 즐거워한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또가자, 또가자' 하는데 어느 부모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다행히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해일이는 기차를 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집에 가자고 할 뿐.


연간회원이 오늘에서야 끝난다. 사실 6월 6일까지인 줄 알고 6일에 한번 더 가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이다. 이것도 코로나19때문에 연기된거다. 원래는 3월 4일. 불꽃놀이, 뮤지컬, 동물원, 놀이기구, 튤립축제 등등 하고 싶은 거 많이 했다. 더이상 할 게 없을 정도로. 해일이가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다시 갈지 몰라도 이제는 더이상 갈 일이 없을 듯.

안녕,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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